주인 잃은 사육 곰 갈 곳 없어
관련기관, 사육에 난색 표명
개인이 20여년 동안 사육 중이던 곰 한 마리가 주인을 잃은 후 관련 행정단체·기관이 금전적 등의 이유로 사육을 외면, 기력을 잃어가면서 시름시름 앓고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춘천시 서면 서상2리 소재 한 농가의 2평 남짓한 위생상태가 불량한 비좁은 사육동내에는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 점점 야위어가면서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 곰 한 마리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 모씨(여, 故 사육자 부인)에 따르면 심마니인 남편이 20여년전 설악산에서 올무에 걸려 왼쪽 앞다리가 절단된 채 발버둥치고 있는 곰 한 마리를 구조, 현재까지 정성껏 키워왔다.
곰 사육과정에서 주민들의 불법사육 신고로 경찰의 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벌금 600만원을 내고 곰을 찾아오는 등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기도 했지만 이들 부부는 자식 같은 심정으로 곰을 키워왔다.
그러나 열흘 전 곰을 정성껏 돌봐주던 주인이 세상을 뜨자 곰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김 씨가 (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춘천지부를 통해 기증의사를 밝히면서 이 곰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김 씨는 “남편이 ‘돌’이라고 이름을 부르면 왼쪽 앞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서서 울부짓기도 하고 생닭·생오리 등을 주면 신속한 동작으로 잡아먹었다”며 “그런데 남편이 세상을 뜨고 며칠전 비를 맞은 이후부터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남편이 자식같이 생각하며 키워온 곰이라 계속 같이 있고는 싶지만 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찌할 바를 몰라 좋은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도록 기증을 결심했다”며 “어디를 가던지 간에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아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램에도 불구하고 이 곰은 갈 곳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되어 버렸다.
윤종성 (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춘천지부장은 “곰을 기증 받았지만 사육시설이 없어 관련기관 등과 협의하고 있는 상태”라며 “하지만 관련기관 역시 법규정만을 강조하면서 다른 단체로 사육을 떠맡기려는 눈치”라고 말했다.
춘천 우두동 소재 육림공원측은 “현재 곰 한쌍이 있어 더 이상 사육할 공간이 없다”며 “강원도 및 춘천시에서 사육비와 치료비 등을 보조하면 임시 보관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관계자는 “민간인이 기르던 것은 사육에 따른 보조금 혜택 규정이 없어 안된다”며 “수의사협회에 사육을 의뢰해 보라”고 사육불가 의사를 밝혔고, 수의사협회역시 사육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이 곰은 인간이 쳐놓은 올무에 왼쪽 다리를 잃은 것도 모자라 인간의 이기적·계산적이며 법규정만을 따지는 비정함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 점차 기력을 잃어가면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춘천 권혁경 기자)
환경시사일보(http://www.hkilbo.com/news_view.html?id=63770&title=지방뉴스&sort=lo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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