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폐기물 처리 ‘허술’, 환경의식 실종

▲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588-3번지에 설치된 크랴샤....저감시설이 전무하다.

 

▲ 현대건설 관계자가 크랴샤가 설치됐었던 장소로 지목한 장소

 

현대건설 폐기물 처리 ‘허술’, 환경의식 실종

영동선 신갈~호법간 도로확장 공사 3공구

한국도로공사의 ‘떠맡기식 공사’가 문제란 지적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가 공사과정에서 발생된 건설폐기물을 허술하게 보관 관리 및 부적절하게 중간처리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관련기관의 강력한 지도단속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건설폐기물의 부적절한 중간처리는 배출자인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을 직접 설치, 운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등에 떠맡긴 행위가 이같은 불법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영동선 신갈~호법간 도로확장 공사’는 3개 공구로 나눠 진행 중인 가운데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구간의 3공구는 현대건설(주)와 (주)명신종합건설이 공동도급으로 참여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해당 공사현장은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과정에서 관련법에서 정한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크랴샤를 이동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건설폐기물을 순환골재로 생산, 재활용하기 위해 이천시 호법면 단천리 산 46-2번지에 이동식 크랴샤 설치 및 승인을 받아 중간처리 공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크랴샤는 관련 지자체에 처리시설(장소) 변경 신고를 거쳐 같은 공구내인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588-3번지에 설치, 지자체에 사용개시 신고를 한 후 운용 중이다.

 

하지만 인근 공사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천시 호법면 단천리 산 46-2번지 인근 영동고속도로 구길 약 400m에 이르는 구간에 야적된 건설폐기물을 크랴샤를 이동하면서 중간처리 했었다고 진술했다.

 

거명을 꺼리는 이 관계자는 중간처리 작업을 진행하던 근로자에게 “크랴샤를 이동하면서 작업을 해도 상관없느냐”고 묻자 그는 “큰 문제가 없다. 다 이렇게 처리하고 있다”고 답변해 관련법이 변경 된 줄 알았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덕풍휴게소 인근 구길 가로변에 중간처리 된 순환골재가 덤프트럭 한 대 분량씩 10여 군데에 걸쳐 야적돼 있었으며, 그 사이에 중간처리가 안된 폐콘크리트 등이 산발적으로 보관돼 있는 등 제보에 신빙성이 높았다.

 

 

▲ 건설폐기물을 중간처리한 순환골재와 폐콘크리트 등을 보관하고 있는 모습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사실무근”이라며 “신고한 장소에서 중간처리 한 후 옮겨 놓은 것이며, 폐콘크리트는 순환골재를 노체로 사용한 빈자리에 야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취재진이 크랴샤가 설치 됐었던 장소를 묻자 이 관계자는 야산 근처의 한 부분을 지목했는데 현장상태 등 정황으로 미뤄 크랴샤 설치 장소로는 부적합했으나 이미 철거된 상태라 확인은 불가능했다.

 

또 순환골재 품질 시험성적서가 있냐고 묻자 그는 “순환골재를 노체에 사용했기 때문에 시험성적서가 필요 없고 노상에 사용할 때에만 시험성적서를 받는다”라고 답변, 관련 규정 위반을 시인한 꼴이 됐다.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1의2에 의거 그 최대 지름이 100밀리미터 이하이고 유기이물질 함유량이 부피기준으로 1%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하며, 순환골재의 용도별 품질기준(건설교통부 공고 2005-266호, 2005.8.25 참고) 및 설계·시공지침 등한 따른 시험·분석을 거쳐 적합할 경우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의 재활용용도에 적합하게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크랴샤가 설치된 곳은 비산먼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진벽 등 기초환경시설이 전무한 상태여서 건설폐기물처리시설로 보기 힘들 정도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29조 및 시행규칙 제21조의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 및 관리기준에 의하면 건설폐기물이 흩날리거나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파쇄·분쇄시설은 투입·파쇄·이송·토출 장치 및 분리·선별시설 등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파쇄·분쇄된 골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 설치, 파쇄·분쇄에 의해 발생되는 분진의 흩날림을 방지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출 것, 파쇄·분쇄시설은 이동식이라 하더라도 설치 시에는 반드시 고정식으로 설치 등 이러한 규정에 적합한 경우에 한해 건설폐기물처리시설 중 파쇄·분쇄시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용개시 신고를 할 때 관련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확인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크랴샤가 고정식일 때에만 방진벽을 설치하고 무한궤도식 크랴샤는 이동을 하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 환경은 뒤로 미룬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시인하는 등 환경의식 고갈 상태를 드러냈다.

 

설상가상,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폐기물중간처리시설에 대한 운영을 시공사 등에 맡기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분리발주 대상 건설공사에서 발생되는 건설폐기물을 배출자(발주자)가 건설공사현장에서 재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당해 건설공사현장에 한하며, 시·도지사로부터 직접 승인을 받아 건설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해 중간처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출자는 건설공사와 건설폐기물처리용역을 분리발주 해야 하므로 건설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운영을 건설폐기물처리업자 및 시공사 등에 위탁할 수 없으며, 이 처리시설은 배출자 소유이거나 임대(배출자가 직접 계약 임대) 등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이어야 한다.

 

관련 규정이 이런데도 현대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사가 직접 크랴샤를 임대해 운용하고 있다고 밝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수도권사업단과 시공사 등에 관련서류의 열람을 요청했으나 한국도로공사의 언론응대 방침에 따라 공개를 거부했다.

 

이밖에 해당 현장은 절삭된 폐아스콘을 건설폐기물로 보관 중인데 관리가 허술한 탓에 인근 토양 속에 혼입돼 매립 위기에 처해 있는가하면 패인 곳에 다짐용으로 사용 등 폐기물관리에 빨간불을 켰다.

 

 

▲노면절삭기로 파쇄한 폐아스콘이 건설폐기물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허술해 토양에 혼입 및 사용되고 있으며, 폐콘크리트 관리도 허술하기만 하다.

 

더욱이 폐기물을 성상별·종류별 및 가연성·불연성 등으로 분리 배출, 보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정폐기물인 엔진오일통, 유류드럼통 등과 각종 폐기물을 혼합해 저감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제멋대로 보관하는 등 환경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정폐기물인 엔지오일통, 유류드럼통은 물론 건설폐기물, 생활폐기물 등 각종 폐기물을 저감시설도 갖 추지 않은 채 보관, 2차오염 우려를 낳고 있는 등 환경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여기에 토사운반 차량은 취재 중에도 덮개를 개폐한 채 운행하기 일쑤였고, 일반 차량 운행이 없는 옛길이란 이유 때문인지 세륜시설이 없어 토사가 유출, 노면살수 인해 진흙도로로 변한 상태 등 비산먼지 발생을 가중시키고 있다.

 

▲ 도로가 토사로 훼손된 가운데 공사차량까지 덮개를 개폐한 채 운행, 비산먼지발생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크랴샤가 설치된 곳은 물론 공사현장 전구간에 걸쳐 고속도로와의 경계면에 저감시설이 아예 없거나 부분적 설치 및 허술해 비산먼지는 고스란히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흡입,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환경을 최대한 지켜도 힘들다. 문제를 삼는다면 빠져 나갈 구멍은 절대 없다”며 “문제가 된 혼합폐기물을 분리·선별해 보관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혹자들은 오는 2012년 완공 목표인 영동선 도로확장 공사현장은 지형특성상 고속도로 이용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공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 등이 건설폐기물 중간처리 공정을 진행했다는 것은 관련법을 어긴 부적절한 행위인 만큼 한국도로공사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시공사는 철저한 폐기물관리와 올바른 환경마인드를 갖고 공사에 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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