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업체 불법 행위···지하수 오염 분통 터트려

강원 영월 북면 연덕리 주민들 “수십 년 동안 폐기물 불법 매립” 주장

 

▲불법 매립한 무기성오니인 슬러지(회색 부분)...일반 토사와 혼합해 섞지 않았다.

 

강원 영월군 북면 연덕리 마을 주민들이 광산업체가 수십 년 동안 폐기물을 불법 매립해 지하수오염 및 소음, 진동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행정기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현재 영월군과 북면 연덕2리 주민들에 따르면 유리와 비료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백운석을 생산하는 H광산업체가 최근 사업장 폐기물인 무기성오니(슬러지, 미세 돌가루) 25t트럭 38대 분량을 북면 연덕리 산66 광산부지에 매립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별표5의2 제2호 등에 따라 폐기물 배출자인 H광산이 무기성오니를 재활용 할 경우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를 거친 후 수분함량 70%이하가 되도록 탈수·건조 후 이물질제거, 파쇄 등 중간 처리하여 일반토사류 또는 건설폐재류를 재활용한 토사류를 부피기준 50%이상 혼합해 당해 현장에서만 재활용 할 수 있다.

 

또한 무기성오니를 양질의 토사와 혼합할 경우 혼합기계 등을 이용해 완벽하게 섞어야만 한다. 무기성오니는 미세한 입자로 형성돼 있어 소량의 물에도 금방 확산해 물처럼 변해 버리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H광산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슬러지를 마차리 광산에서 연덕2리 광산으로 반입시킨 뒤 굴삭기를 이용해 그 위에 토사를 덮다가 주민들에게 발각돼 영월군으로부터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주민 정연우(40. 여)씨는 “영월군에서 밝힌 H광산이 불법으로 들여온 슬러지가 25t트럭 38대 분량은 너무도 턱없다”며 “25일 현재 150대 분량이 반출됐는데 입구도 못 파낸 등 아직도 남은 분량은 그보다도 훨씬 많은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군 관계자에게 불법 매립된 분량이 얼마인지 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공무수행을 못하고 있는 거다 라고 했더니 땅속에 묻어져 있는 것을 어떻게 확인을 하냐고 했다”면서 “그러면 서류상으로 추측을 통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자료를 가지고 있냐? 그걸 보여 달라고 했는데 안 보여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그는 “마을 주민들은 광산업체가 어느 날부터 퇴근 후 늦은 밤마다 트럭을 통해 무언가를 반입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주민 대부분이 그곳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들을 아꼈었다”고 했다.

 

심지어 그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광산업체가 수십 년 동안 영업을 하면서 발생한 폐타이어, 폐오일 등 폐기물을 반출 처리한 적 없이 그대로 매립했고 흙에서 기름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정 씨에 따르면 H광산측 이사가 계속 찾아와서 슬러지 성분분석 결과 인체에 무해하니까 전량 가져 나가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니까 차라리 슬러지를 안 가져나가고 그 비용을 동네 발전기금으로 내놓으면 안 되겠냐고 회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인체에 유·무해를 떠나 전량 퍼 나갈 것을 요구하자 H광산측 이사는 광산을 맡은 지 2년 밖에 안 됐고, 그전에 한글라스(전 한국유리)에서 거기다가 뭘 묻어놨는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고로, 슬러지에 대한 성분 검사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지정폐기물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것으로서 용출시험결과 유해물질 함유기준 이내이고 토양오염우려기준 이내인 경우에 무기성오니의 재활용용도 및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정 씨는 최근의 항공사진을 보면 기존 광산부지 저지대 지형이 전부 메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으며, 마을 주민들 역시 실제 눈으로 확인하곤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채석장 원상복구를 위해 설치한 배수로가 훼손돼 있는 등 허술하다.

 

실제 본 기자가 정 씨와 함께 광산을 찾아 둘러본 결과 산 정상부분까지 파낸 채석작업이 끝난 곳은 이미 되메움, 나무 식재 등 원상복구(배수로는 훼손 방치됨)가 이뤄진 상태인데 채석한 양쪽 산 중간의 저지대에 계곡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곳은 엄청난 분량의 토사로 메워져 있는 상태였다.

 

 

▲일반 토사와 섞지 않고 제멋대로 불법 매립한 무기성오니인 슬러지(회백색 부분)

 

물론 불법 반출, 매립을 접어 두고라도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 슬러지를 재활용할 경우 양질의 토사와 완벽하게 섞어 확산현상을 방지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슬러지 위에 토사를 덮어 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양쪽 산 중간 저지대 부분을 메워 물 흐름을 위한 계곡은 물론 배수로조차 없다.

 

설상가상 산과 산 중간에 형성돼 있는 계곡을 불가능하게 없앨 경우 이에 상응한 배수로를 만들어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만약에 있을 홍수, 범람 등에 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산과 산 중간 저지대 부분을 막아 물 흐름을 완전 차단했다.

 

이 때문에 흐르던 물이 막혀 토사를 메운 부분의 지하수로 스며들어 마을 주민들이 음용수 또는 가축, 농사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오염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비가 올 경우 흙탕물이 마을로 흘러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정 씨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은 다른 것은 바라고 있지 않다. 다만 문제의 장소에 불법 매립된 슬러지 등 폐기물을 전량 반출해 흙탕물, 지하수 오염 등의 피해에서, 그리고 채석작업으로 인한 소음 및 진동 피해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뿐이다.

 

그래서 주민 대표 정 씨가 현재 H광산을 상대로 관련 기관에 진정서, 민원 신청 및 검찰 고발 등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수수방관 자세로 나오고 있고, 심지어 영월군에선 채석장이 국유림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민원을 계속해서 신청하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정씨의 말이며 깊은 한숨을 쉬는 까닭이다.

 

한편 채석한 암석을 파·분쇄해 자갈이나 모래를 만들기 위해선 석분(미세한 돌가루)을 물로 세척해야 하며, 세척한 물은 침전제를 투입해 돌가루를 가라앉혀 제거한 후 휠타프레스(압착식 여과기)로 프레싱 해 25%이하의 함수율의 진흙케익을 만드는 데 이것이 무기성오니인 슬러지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골재업계에선 석분(미세 돌가루)의 빠른 침전을 위해 화학약품인 ‘폴리아크릴아마이드(Polyacrylamide)’를 사용하는데 주요 성분인 아크릴아마이드는 국제암연구소(IRAC)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미국 유방암협회 등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분류돼 있다.

 

국내에선 국립농업과학원이 지난 2008년 11월 ‘슬러지로 객토(땅을 갈아엎음)할 경우 인산 부족 증상이 나타나고, 토양 pH(수소이온농도)가 상승해 작물의 생육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골재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성오니에는 카드뮴과 비소, 구리, 납 등의 유해한 성분을 함유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하수 등을 통한 음용 및 농작물 섭취 등의 과정에서 유해 성분이 인체에 흡수될 개연성도 짙다”고 우려를 표출했다.

 

그렇지만 무기성오니를 정상적으로 처리하려면 25t트덕 1대 분량에 약 60여만 원이 드는 게 통상적인데 반해 불법으로 처리할 경우 약 11여만 원이 소요돼 폐기물처리비용을 절감할 수가 있어 이러한 불법 매립이 성행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광산업 인·허가권자인 강원도와 영월군은 마차리 광산에서 반출해 연덕2리 광산으로 반입한 분량만 조사하지 말고 수십 년 동안 성업했던 광산업체에 대한 각종 폐기물 반출 내역 등과 광산부지에 반입한 모든 업체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쳐 다시는 불법 행위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엄벌백계 해야 할 것이다.

<권혁경 기자>

 

한국시민기자협회 http://www.civilreport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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