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골프장 ‘환경·안전’ 불감증 심각

 

공사현장 절개지에 임목폐기물 방치(박스 안) 및 오염저감·안전시설 미설치로 인해 주민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정폐기물 보관 허술(원안) 및 침사지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있 다.

 

홍천골프장 ‘환경·안전’ 불감증

주민 “소음·진동·먼지 때문에 못살겠다”

시행사 “법적 하자 없다” 원론적 입장만 내세워

 

최근 홍전지역에 골프장 공사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행정기관의 지도 및 감독 소홀이 공사현장의 안전과 환경 불감증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집중호우 등에 따른 환경오염과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지역주민들은 골프장 개발에 따른 사전설명회나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골프장 개발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3일 군과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우신물산(주)가 시행하고 (주)여산씨엔씨가 시공중인 홍천군 장전평리 일대 86만㎡ 규모의 홍천CC 골프장은 600억원이 투입돼 18홀 대중제 골프장으로 오는 2009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해당 현장은 지난 해 12월 9일 공사에 착공, 현재 골프장 부지 조성을 위해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대형 중장비를 동원해 발파 및 성토·절토·평탄작업 등 토목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해당 현장은 토사유출 방지시설은 물론 안전시설조차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에만 급급하고 있어 주민불편은 물론 하천오염과 홍수 및 안전사고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취재진이 해당 현장을 둘러본 결과 국도와는 불과 5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데도 공사차량은 덮개를 개폐한 채 토석을 운반중이며, 바람이 불면 황토빛 흙먼지가 대기로 비산하기 일쑤였다.

 

또 현장 진·출입구에는 비산먼지발생 억제시설인 세륜시설도 안된 곳도 있었으며, 그나마 설치된 세륜기는 사용을 하지 않는 등 전시성 시설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공사현장이 주택과의 거리는 불과 2~3m가 안되는 상황인데도 방진망 등의 오염저감 및 안전시설 설치가 전무해 발파 등에 따른 진동과 소음으로 건물균열은 물론 각종 주민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도로와 지근거리에 있어 발파 및 뿌레카 작업시 도로에 돌이 날아들 경우 대형 사고마저 도사리고 있는 상태이나 도로변을 따라 전 구간에 걸쳐 아무런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실제 지역 주민들은 “발파작업 과정에서 주택으로 돌이 날아든 적도 있었다”고 주장해 안전시설 미설치로 인한 취재진의 우려가 허상이 아님을 반증했다.

 

게다가 하천과 연결된 10여개 정도의 계곡에도 토사유출 방지를 위한 침사지 등 물막이 시설도 전무해 해빙기 및 우기시 토사의 하천 유입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날아드는 흙먼지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고, 하천 바닥에는 흘러든 토사가 수북하게 침전돼 있는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도 우려된다.

 

이밖에 해당 현장은 지정폐기물인 엔진오일통을 임목폐기물과 혼합 보관하고 있으며, 절개지에는 온갖 임목폐기물이 토사와 섞여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등 폐기물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이 환경과 안전시설이 전무하다보니 주민들이 겪는 피해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며, 가축들도 피해를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음식업을 하고 있는 주민 K씨는 “손님들이 시끄러워 식사를 할 수 없다며 그냥 가버린 적도 있었다”며 “8년 동안 순산했던 개가 올해에는 분만예정일을 10일이 지나서야 죽은 새끼 3마리를 낳았다”고 소음과 진동에 대해 손사레를 쳤다.

 

또 한 노모(여, 80세)는 “어느 날부터는 소들이 여물도 먹지 않고 눈만 껌뻑껌뻑 거려 불상한 생각도 들었다”며 “사람들도 힘든데 가축이야 오죽 하겠느냐. 먼지는 고사하고 소음과 진동 만이라도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처음 공사가 진행할 당시에는 화학을 이용한 발파작업시에도 아무런 연락과 조치를 취하지 않아 놀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이구동성으로 불편함과 피해를 호소했다.

 

심지어는 대형중장비 4대가 하루 온종일 한곳에서 돌을 깨는 뿌레카 작업을 진행, 온 마을이 진동과 소음 때문에 환청이 들릴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심각했었음을 주장했다.

 

더구나 해당 현장은 진동과 소음을 동반한 작업을 오전 6시부터 진행했으며 야간에는 9시까지 진행해 잠을 설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결국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에 견디지 못해 홍천군에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현장은 발파시 마을 주민들에게 유선연락 및 휴대폰 문자서비스 통보하고 작업개시 시간도 오전 8시경으로 변경했다는 것.

 

또 업체는 주택과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높이 4m 가량의 이동식 방음벽 4개를 만들어 발파 등 작업시 사용할 것임을 주민들과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골프장 업체가 주민들과의 악속을 어기고 발파 등의 작업시 단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며 형식상 흉내만 내는 막무가내식 공사진행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K씨는 “주민피해를 민원으로 제기하자 업체는 임시방편으로 이동식 방음벽을 만들어 작업시 사용할 것을 약속했으나 뿌레카 작업 등을 진행하면서 사용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며 “이는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로 업체의 편리만을 추구하는 공사진행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업체가 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공사를 빨리 끝내는 것이 마을을 위한 길이며, 민원 제기로 업체가 떠난다면 훼손된 벌거숭이 산을 보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은 골프장이 조성된 후 사후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과 하천이 골프장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골프장에서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끌어올린다면 하천수의 고갈로 식수난 우려가 있다”며 “특히 잔디 보호를 위한 농약 살포시 비산 등으로 인해 지하수와 하천수 등 식수 오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주민들은 골프장 조성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주민설명회도 거치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군 행정을 꼬집었다.

 

마을 주민들은 “1~2년 전에 군복지회관에서 골프장이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그날 참가한 주민은 몇 명에 불과했다”며 “기공식때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고 이미 현장사무실은 조성된 뒤였다”고 뒷북행정을 질책했다.

 

특히 주민들이 업체가 군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요구했으나 군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단지 허가사항 조건만 명시한 부분만 공개하는 등 허가진행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정부기관을 통해서라도 관련 자료 전체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 관계자는 “골프장 조성 경험상 통상적으로 방진망 등의 저감시설을 설치 안하고 침사지도 공사진행 과정에 따라 설치하고 있다”며 “법적인 하자 없이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그는 “골프장 조성 등은 주민협의가 있어야 허가되기 때문에 협의를 거쳤을 것”이라며 “방진망을 설치하라면 하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게 오히려 났다”고 말해 민원해결에만 신경 쓰고 환경과 안전은 아예 안중에도 없이 공사만 진행하면 된다는 업체의 이기주의적 입장을 그대로 나타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골프장 조성을 위한 절개지 등에 방치된 막대한 양의 토사와 임목폐기물은 해빙기가 되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 수중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며 “개발도 좋지만 환경학적인 면을 우선 고려한 뒤 공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지자체가 세입 수입효과를 위해 골프장 조성을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에 앞서 주민들간의 갈등해소와 업체의 올바른 환경마인드를 우선 심어줘야 할 것”이라며 “해당 골프장이 도로 등과 인접하고 있는 점 등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환경단체 입장에서의 진행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 홍천군 관계자는 “환경과 안전에 관련된 방진망 등의 시설 설치는 현장 특성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주택과 인접해 있으면 당연히 설치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면서 현장 확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골프장 조성 추진은 주민제안과 관리계획, 사전영향평가 등의 순서를 거치기 때문에 주민설명회와 협의는 확실하게 마쳤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 취재진이 주민들은 사전설명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확인 해 줄 관련 서류의 공개를 요청했으나, 군 관계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사전설명회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주민들과 관련 협의를 마쳤다는 홍천군과의 진실공방 및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골프장 개발이 빨리 끝나야 된다는 ‘찬성’ 입장과 안전과 환경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 대립으로 마을 주민들간에 불신감이 조성되고 있는 등 심각한 폐해도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골프장 개발을 둘러싸고 잡음이 무성한 만큼 홍천군은 관련 서류 일체를 주민들 앞에 공개를 통해 불거지고 있는 소문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골프장 업체는 ‘합법적’이란 원론적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환경오염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저감시설을 완벽하게 설치한 후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홍천=권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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