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기사

롯데건설, 폐기물 관리 ‘빨간불’

은쉬리 2011. 7. 28. 00:13

울산~포항간 도로현장, 엔진오일 방치로 토양 오염 등

 

 

▲엔진오일 용기가 넘어져 토양을 시커멓게 오염시킨 모습

 

도로건설현장에서 엔진오일 용기가 넘어져 토양을 오염 시키는 등 폐기물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공사 제4공구’ 현장은 롯데건설(주)가 주시공사로, 은산토건(주) 등이 협력사로 참여해 공사를 진행 중인데 폐기물관리가 다소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는 기름성분이 함유된 엔진오일 용기 등 지정폐기물은 인체는 물론 환경에 매우 위해한 만큼 완벽한 차단막 시설을 갖춘 곳에 별도 보관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현장의 외동터널 시점부 인근에 보관 중인 암롤박스 아래는 엔진오일 용기가 넘어진 채 방치, 오일이 흘러나와 주변 토양을 시커멓게 오염 시켰다.

 

이처럼 아까운 엔진오일을 버리는 자원낭비도 부족해서 토양까지 심각하게 오염시킨 광경에 취재진은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연실색 했다.

 

 

▲암롤박스에 온갖 다양한 폐기물을 분리선별 하지 않은 채 혼합 보관 중인 모습

 

또한 토목·건설공사 현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가연성·불연성, 종류별·성상별로 분리·선별해 흩날리거나 흘러내리지 않도록 덮개 등 저감시설을 갖춘 곳에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배출자는 폐기물을 종류별·성상별로 분리·선별해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 스스로 처리하거나 폐기물처리업자, 자치단체 폐기물처리시설, 재생처리신고자 등에, 그리고 별도 분리된 폐목재, 폐합성수지 등의 재활용 불가능 및 가연성폐기물은 사업장일반폐기물 소각 전문 처리업자에게 위탁처리 해야 한다.

 

하지만 암롤박스에는 분리·선별이 불가능한 혼합건설폐기물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육안 식별 가능한 폐목재, 폐스치로폼, 비닐 등 소각처리 대상 폐기물과 종이컵, 음료캔 등 생활계폐기물 등 온갖 다양한 폐기물이 뒤엉켜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배출한 종이류와 종이박스 등 얼마든지 분리 선별해 재활용 대상 폐기물로 관리가 충분한데도 혼합건설폐기물이란 미명하에 건설폐기물과 함께 보관, 폐기물관리법이 실종됐다.

 

이 같은 분리·선별 가능하고 가연성 폐기물이 대부분인 폐기물을 혼합건설폐기물 명목으로 반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그대로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체에서 반입하는 것이 더 큰 문제란 지적이다.

 

왜냐면 건설폐기물처리에 따른 비용 등 이익 때문에 혼합건설폐기물 명목으로 반입해 분리·선별한 후 소각대상 폐기물을 소각전문처리업체에 재위탁 처리하는 등 건설현장의 불법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지침에 공사현장에서 분리·선별이 가능한 폐기물을 시간과 인력 부족 및 현장 여건 등의 이유로 분리·선별하지 않고 그대로 반출시킬 경우 혼합건설폐기물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특히 2종류 이상 건설폐기물이 혼합된 경우 혼합건설폐기물로 배출했던 것을 2010년 6월 10일부터는 불연성(건설폐재류) 폐기물이 95%이상(가연성 폐기물은 5%미만)일 경우에만 혼합건설폐기물로 배출이 가능하다고 명시한 것도 그 이유다.

 

 

▲폐기물을 담은 마대자루가 찢어져 있는 등 폐기물관리가 허술한 모습

 

이러한 폐기물관리 허술은 현장 내에서도 고스란히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데, 폐기물을 마대자루에 담아 보관 중이나 이 역시 제대로 분리선별 하지 않은 채 혼합 보관 중이며 낡은 탓에 찢어져 볼썽사나웠고 사용 가능한 소화기도 내팽개쳐 놓고 있다.

 

 

▲폐기물관리가 허술한 모습

 

이밖에 페인트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벤젠, 시너, 톨루엔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반드시 작업 시에는 주위에 폐해가 없도록 차단막을 설치하고 바닥은 비닐 등 불투수성 재료를 깔아 토양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현장은 비록 작은 면적이지만 바닥의 자갈이 빨갛게 도색돼 있는 것으로 미뤄 불투수성 재료를 제대로 깔지 않고 페인트 도색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됐다.

 

 

▲페인트 도색작업으로 암석이 오염되고 소화기가 내팽개쳐 있는 모습

 

이와 함께 암롤박스 주변에 소량의 폐전주와 폐흉관 등 건설폐기물이 저감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방치돼 있으며, 암석 야적장 법면에 덮개시설이 미흡해 비산먼지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암석 야적장 법면에 덮개시설이 미흡해 비산먼지 발생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롯데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인 사정으로 은산토건이 현장에서 철수하는 중인데 암롤박스에 보관 중인 폐기물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며 “폐기물관리 허술에 대해서는 은산토건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고 발뺌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협력사의 폐기물관리 허술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시공사에 있는 게 당연하다며 반박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 시공사와 협력사는 갑과 을의 관계인데 을이 행한 잘못에 대해 갑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꼬집으면서 “어떠한 이유에서든 공사현장에서 발생된 폐기물은 관련법에 따라 적정 보관 및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어 그는 “분리선별이 가능한 혼합건설폐기물이 중간처리업체로 그대로 반출될 경우 자칫 중간처리 과정에서 불법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분리·선별한 후 반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따라서 해당 현장은 환경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폐기물을 철저하게 분리 선별해 저감시설을 갖춰 보관해야 하며 각각의 종류별 처리방법에 따라 적합한 처리업자에게 위탁처리 해야 할 것이다.

 

<본부 권혁경 기동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