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원에 흙탕물 유입 말썽

 

양구군 서천1교 공사현장 2006-10-30 16:52

식수원에 흙탕물 유입 ‘말썽’

상수원보호구역에 무단방류

하천에서 교각공사를 진행중인 한 건설업체가 고탁도의 흙탕물을 침전시설도 거치지 않은 채 상수원보호구역 바로 위 하천에 무단 방류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식수원을 오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한 ‘양구 남면 우회도로(A, B)건설공사’는 교량 6개소와 터널 1개소 등 총연장 7.01km 구간으로 이 가운데 서천1교 시공사인 진덕산업(주)는 포크레인을 투입해 하천변에서 교각 기초 터파기 공사를 한창 진행중이다.

해당 공사 현장이 상수원보호구역과 불과 10여m 떨러져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교각 기초바닥 조성 공사 과정에서 발생된 기름 섞인 고탁도의 흙탕물을 별도의 침전시설도 거치지 않은 채 양수기를 이용, 하천에 무단 방류하다가 본지 취재진에게 적발됐다.

취재진이 현장 확인을 요구하자 한 관계자는 “현장내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안전모 등을 갖춰야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거부했고 이에 취재진이 “당신을 포함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현장에 방금 도착해서 착용하지 못했다”고 이해하지 못할 변명만 했다.

현장 출입을 놓고 현장 관계자와 언쟁이 높아지려던 차에 뒤늦게 도착한 시공사의 한 직원은 “작업반장이라 잘 모르고 그런거니 이해해 달라”며 취재진에게 사과와 함께 현장 출입을 허용했지만,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변명도 못했다.

문제의 현장은 서천1교 2번 교각 기초바닥 조성을 위한 기초터파기 공사로 지하 5m에서 포크레인이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된 포크레인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고탁도의 흙탕물을 고성능 양수기로 펌프해 강물에 그대로 방류했다.

기름 섞인 흙탕물은 2단계의 오탁방지망에 제대로 차단되지 못하고 하천 한쪽으로 폭 4m가량의 띠를 형성해 흐르면서 강물 밑바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변해버렸고 이로 인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수질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교각 기초바닥 공사가 끝난 곳에서도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하천으로 방류하고 있었다. 주위에 침전시설이 없는 점으로 미뤄 그곳 역시 기초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발생된 고탁도의 흙탕물을 그대로 방류한 것으로 추정돼 해당 시공사는 상수원보호구역 인근 상류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환경마인드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흙탕물이 물고기의 호흡곤란과 부착조류 등 수서생물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생태계 파괴도 문제지만 이곳은 주민들의 음용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상수원보호구역 바로 상류이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될 경우 건강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홍용기 (사)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환경밀렵감시단원은 “기름이 혼합된 고탁도의 흙탕물이 강물에 유입될 경우 물고기의 아가미를 막아 호흡곤란 및 폐사와 수서생물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인체에 흡수될 경우에도 결코 이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일반 하천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할 경우 강물에 1단계 오일휀스, 2단계 오탁방지망, 3단계 오일휀스 등을 설치하고 있다”며 “하물며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에서 공사를 진행하면서 2단계의 오탁방지망을 설치한 것은 요식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흙탕물 방류로 인한 오염 등의 심각함을 해당 군청에 알렸고 현장을 방문한 군청 하천관리계 담당자는 “흙탕물을 침전시설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공공수역에 방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침전시설을 조성한 후 방류토록 지시하겠다”고 말하면서 해당 현장의 공사를 즉각 중지 시켰다.

그러나 환경보호과 수질담당자는 “양구를 떠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현장 확인은 불가능하다. 나중에 현장에 나가 보겠다”며 공무원으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을 망각한 변병을 했다.

이에 취재진이 “나중에 나가면 흙탕물은 모두 침전돼 시료 채취가 무의미하며 군민들의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고 상황에서 그게 공무원으로서 할 말이냐”고 강력 항의하자 그는 “다른 직원이 연락되면 시료를 채취토록 한 후 연락하겠다”고 말했으나 그날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환경부서 관계자는 30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시료 채취를 못했다. 하천공사와 관련된 배출수 기준 등을 잘 몰라 법적인 검토를 하겠다”며 “환경부서에 근무한다고 환경법을 모두 알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해 전문 행정 담당자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공사감독관은 “흙탕물 저감시설인 오탁방지망이 100% 저감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데 기름이 석여 있다면 당연히 기름제거 등의 작업은 실시해야 한다”며 “관련 현장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죄송하다. 곧바로 시정조치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양구 권혁경 기자 kmh022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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