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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태어나던 날!

은쉬리 2007. 11. 28. 12:24

 


공주가 태어나던 날!

 

결혼 11년차!

 

늦은 감이 있지만 2007년 11월 20일 12시 17분경 강원대학교병원 수술실에서 둘째 아이를 보았다.

 

첫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남자, 그리고 10년만에 그토록 고대했던 공주 탄생의 기쁨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내게 머물렀다가 거품처럼 사라지고 절망과 고통, 번뇌, 괴로움 속에서 60여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첫 애가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터라 둘째 역시 수술로 출산하기 위해 아내는 20일 12시경에 수술실로 들어갔고, 17분 후에 공주아이 탄생을 알리는 낭보가 전해졌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향해야 될 오후 1시경까지도 수술실 앞 안내판에는 ‘수술중’이란 표시만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을 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부랴부랴 소독된 가운을 입고 모자도 쓰고, 마스크로 입도 가리고 아내가 있는 수술방으로 들어갔을때 10여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수실방 한 켠에는 피묻은 붕대 100~200여개 가량이 선홍빛을 띠며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이내 주치의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궁 수축이 안되고 있어 지혈을 막을 길이 없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지혈에 노력하고 있는데 만약의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혹 발생될 수 있는 경우인데 우연하게도 아내에게 이런 불상사가 닥쳤다는 의사의 설명이다.

수술실을 나온 나는 그야말로 지옥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안절부절 하지 못한 채 마음이 괴로웠다.

 

아내가 그대로 눈을 뜨지 못한다며....... 생각하기 조차 싫었다.

갑자기 아내가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에 눈물이 시야를 가렸고.......화장실에 들어가 남몰래 눈물을 쏟았다.

 

오후 2시20분경!

또다시 나는 수술실로 불려갔고, 일단 생명이 위급하니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최후의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결정에 동의했다.

 

오후 4시10분경!

최후의 수술을 마친 아내는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로 실려갔고, 의사는 일단 지혈을 했지만 또다시 재출혈이 발생된다면 생명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태로 오늘밤이 고비라는 엄청난 설명을 했다.

 

이어 오후 4시 40분경!

아내가 수술 도중 피를 약 4리터 가량 흘려 아내의 몸에 피를 쏟아 부었는데 출혈시 혈액응고인자가 다량 빠져나가 미세한 출혈이 계속돼 응고인자를 투여하고 있다고 했다.

 

오후 6시경!

응고인자가 혈액속에서 제 역할을 100% 다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21일!

응고인자가 과다 투여돼 폐 속에서 혈전이 발생하고 물이 차 있어 또다시 위급한 상태라 오늘밤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눈 앞이 캄캄했다.

 

아내는 일주일 간 병원생활을 하면서 온갖 검사와 투약, 그리고 출산에 따른 휴우증으로 고생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아내는 26일 오후 4시 퇴원을 한 후 집 앞에 소재한 산후조리원에서 요양 중이다.

물론 태어난 공주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 다음에 성장하면 자신을 낳기 위해 고생했던 어머니와 마음 조리며 지옥의 60여 시간을 보낸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주면 다행 아닐까!

 

힘겹게 얻은 귀중하고 소중한 공주!

현재로서는 권아정(가명)을 훌륭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할 뿐이다.